2026.05.27 (수)

송강호 주연 '사도', 조선왕가 비극적 가족사를 실감나게 재구성

조선왕조 500년사에서 모두가 아는 충격적인 역사지만 그 원인은 명쾌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다.

아버지 영조에 의해 아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진 1762년의 '임오화변'이다. 영조는 세자의 죽음을 확인하고 주검이 된 아들에게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의 사도라는 시호를 내린다.

재위기간 내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린 영조(송강호)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지나칠 정도로 학문과 예법에 완벽한 왕이 되려 한다.

영조는 마흔둘에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유아인)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라며 각별한 사랑과 애정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영조는 기대와 달리 공부를 싫어하는 세자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사랑과 애정은 점차 식기 시작한다.

영조는 자신과 다르게 예술과 무예에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닌 세자에게 차가운 말투로 혹독한 질책을 가한다. 세자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병을 얻는다.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게 된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재조명한 정통사극이다.

영조-사도세자-정조의 조선왕조 3대에 걸친 56년의 역사를 최대한 실록에 근거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정사와 가족사를 밑바탕으로 논리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그때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실감 나게 재구성해냈다.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렸던 영조, 어린 세자에게 왕인 아버지가 느낀 기대와 실망, 부자의 입장이 어긋나는 대리청정과 갈등이 첨예해지는 양위파동, 이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밀도 있게 펼쳐진다.

맹랑한 허구가 아닌 역사적인 특수성,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이라는 보편성을 토대로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타래가 125분 동안 한 올씩 풀린다.

영화는 임오화변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다루지만, 이를 되짚는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감정으로 꽉 채워진다.

수수하고 품위가 있는 정통사극의 형태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가지런하게 전달하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에 배우들은 빛나는 열연으로 화답한다.

'괴물',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을 통해 관객들이 믿고 보는 국민 배우가 된 송강호는 영조의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연기를 소화한다.

학문과 예법, 탕평을 중시하며 조선시대 중흥기를 이끈 성군, 다혈질적이고 고집스러우며 지나친 거조를 일삼는 노련한 정치인, 군주이자 아버지 사이에서 끝없이 역할 고뇌를 했을 인간적인 모습 등이 그의 연기에 오롯이 담겼다.

이번 영화가 '변호인'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왕 연기는 그에게 처음이다. 영화 속 그의 외형, 호흡, 어투, 목소리, 걸음걸이 하나하나는 영조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송강호라는 배우의 색깔과 맞춤하게 어울린다.

'완득이', '베테랑' 등을 통해 호소력 짙은 연기를 선보인 유아인도 사도라는 배역을 연기하기보다 사도 그 자체가 됐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메소드 연기'를 펼친다.

이준익 감독은 송강호가 카메라 앞에서 단 1초도 영조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했고, 유아인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뒀다고 소개했다.

또 혜경궁 역을 맡은 문근영,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을 연기한 전혜진, 한없이 인자하면서도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인원왕후 역의 김해숙, 사도의 장인 홍봉한 역의 박원상, 영화 후반부 정조 역으로 특별출연한 소지섭 등의 연기가 고르게 좋다.

'사도'는 내년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외국어 영화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외국인도 충분히 공감할 보편적인 내용으로 수준 높게 연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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