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라이스의 네 번째 내한 공연이 펼쳐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은 처음에는 콘서트장치고는 단출해 보였지만 데미안 라이스는 이 간단한 무대에 기타 하나만 둘러메고 올라와 1시간 20분간 자신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로 공연장을 꽉 채웠다.
'델리킷'(Delicate)과 '엘리펀트'(Elephant)로 가을밤 공연의 문을 연 라이스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그러고서 "이렇게 객석에서 멀리 있어서 미안하다. 3층 관객에게도 잘 보이려면 깊숙이 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데미안 라이스는 다정한 노래 소개로 마치 토크쇼를 하듯 콘서트를 이끌어갔다. 중간 중간에 자신이 노래를 쓰게 된 과정과 소감을 털어놓으며 관객을 끌어당겼다.
"저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죠. 저에게 도전하는 친구, 저를 응원하는 친구, 긍정적인 친구, 부정적인 친구, 열정적인 친구, 여유로운 친구요. 그런데 저에게 가장 부정적인 친구가 있다는 걸 어느 날 알게 됐어요. '넌 안 돼', '아직도 불충분해'…. 직업을 바꾸고 싶을 땐 '넌 망할 거야'라고 말하죠. 어느 날 제 안에 있는 그 친구와 정갈하게 앉아서 진짜 얘기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노래에 담은 자기 마음을 털어놓은 라이스는 "노력했지만, 난 도저히 이 상자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래 '더 박스'(The Box)를 들려줬다.
'에이미'(Amie)는 그가 우울한 어떤 날 여자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그 친구가 내준 방에서 잠을 자다 영감을 얻은 노래다.
"그 친구가 방을 내주더니 '창 밖을 보고 너 자신과 시간을 좀 보내봐'라고 하더라고요. '스스로와 시간을 보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헷갈렸지만, 일단 창 밖을 보라고 하니까 그렇게 했어요. 그렇게 한참 별을 보고 있는데, 눈이 이상해졌는지 풍경이 휘어지더라고요. 다음 날 집에 가서 바로 이 노래를 썼어요."
그는 이어 '나인 크라임스'(9 Crimes), '올더 체스츠'(Older Chests), '캐넌볼'(Cannonball), '더 프로페서'(The Professor), '아이 리멤버'(I Remember) 등 그의 대표곡을 불러 나갔다. 그의 세계적인 히트곡 '더 블로어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도 잊지 않았다.
라이스가 강렬한 음향 효과를 쓴 곡은 두 곡 정도였다.
'더 그레이티스트 배스터드'(The Greatest Bastard)에서 강한 전자기타 소리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더니, '잇 테익스 어 랏 투 노 어 맨'(It Takes A Lot To Know A Man)을 선보일 때는 이펙터(전자신호를 조정해 독특한 소리를 만드는 장치)를 자유롭게 만지면서 여러 소리를 교차하게 했다. 한 사람 힘으로 마치 대형 록밴드의 연주를 듣는 듯한 음악을 선보이자 관객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데미안 라이스는 즉흥적이기로 유명하다. 사전 인터뷰에서 "저는 연주곡목을 정해놓지 않는다"며 "공연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 그는 역시 돌발 행동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콜드 워터'(Cold Water)를 부를 때는 여성 관객 한 명을 불러내 듀엣을 하더니, 앙코르 무대에서는 '볼케이노'(Volcano)를 부르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무대로 올라오라"고 깜짝 제안해 관객 수십 명이 무대로 몰려드는 소동이 벌어졌다.
팬들이 라이스를 순식간에 에워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관객과 함께 박자를 맞추며 돌림노래를 불렀다. 그는 이 노래를 끝으로 "감사하다. 아름다운 밤 보내시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