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6 (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난민' 다룬 다큐 영화

[사진]'파이어 엣 시'(Fire at sea) 스틸
[사진]'파이어 엣 시'(Fire at sea) 스틸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난민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 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할리우드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위원장을 맡은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지난 20일 저녁(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에리트레아 태생의 이탈리아 감독 지안프랑코 로시의 영화 '파이어 엣 시'(Fire at sea)를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이 작품은 12살 난 학생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을 등장시켜 난민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로서 난민들의 실태를 조명하며 인류애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로시는 그 자신 역시 1964년 에리트레아 태생의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나서 1993년 졸업작품 격인 '보트맨'으로 데뷔한 뒤 2013년에는 로마에 관한 다큐 작품('SACRO GRA')으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증거물"이라면서 "나는 우리 모두가 이 비극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또한 작금의 난민위기는 아마도 유대인 대학살 이후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최대 비극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메릴 스트립 위원장은 베를린영화제가 지향하는 중심부에 닿아있는 영화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고 독일언론은 전했다.

앞서 디터 코슬리크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자체를 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을 만큼 이번 영화제에선 난민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황금곰상 다음 서열 상인 은곰 심사위원대상은 유고 출신의 다니스 타노비츠 감독이 연출한 '데스 인 사라예보'(Death in Sarajebo)가 차지했다.

이 영화는 한 호텔 구성원들의 파업 등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제1차 세계대전을 오버랩시켜 여전한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의 갈등 등을 조명했다.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은 프랑스 감독인 미아 한센-로브의 '씽스 투 컴'(L'avenir. Things to come)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50대말로 접어든 한 여성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굴곡과 의미를 그렸다.

또 여우주연상(은곰상)은 '더 코뮨(The Commune)'에 출연한 덴마크의 배우 겸 가수, 작곡가인 트리네 뒤르홀름이, 남우주연상(은곰상)은 튀니지 영화 '헤디'(Hedi)에서 젊은 튀니지 남성의 삶을 열연한 마즈드 마스투라가 각각 받았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기법을 정착시킨 알프레드 바우어 촬영감독의 이름을 딴 알프레드 바우어상(은곰상)은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즈가 필리핀 독립영웅을 소재로 다룬 '어 럴러바이 투 더 소로우플 미스터리'(A lullaby to the sorrowful mystery)이 영예를 안았다.

올해 한국 작품으로는 베를린영화제와 다섯번째 인연을 맺게 된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가 파노라마 부문에, 윤가은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우리들'이 제너레이션 K플러스 경쟁부문에, 이동하 감독의 'Weekends'가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올해로 3년 연속, 이 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곰상을 두고 다투는 공식 경쟁부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영화가 공식 경쟁부문에 든 것은 2013년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는 모두 23편의 후보작이 경합했다.

칸,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도 꼽히는 베를린영화제는 정치, 사회적 논쟁을 마다 않는 색깔 있는 작품이나 인류적 사회의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영화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베를린영화제는 재작년 64회에선 중국영화 '백일염화'를, 작년 65회에선 이란영화 '택시'에게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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