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정상 K팝 그룹들이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협업을 강화하며 K팝 시장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은 컴백 활동과 연계된 스포티파이와의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 미국 빌보드 등 해외 주요 차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의 점유율 하락 속에 스포티파이의 K팝 시장 영향력 증가는 주목받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컴백 활동에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깊숙이 관여하며 K팝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두 정상급 그룹은 신보 홍보를 위해 국내 플랫폼 대신 스포티파이와 손잡는 전략을 택하며, 이는 단순한 점유율 이상의 영향력을 시사한다.
▲ 월드 스타 그룹, 스포티파이와 손잡은 배경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5집 '아리랑'(ARIRANG)의 첫 미국 무대로 뉴욕 맨해튼에서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SWIMSIDE)'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지난 2022년 4월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멤버들의 완전체 미국 무대였다. 행사에 참여한 1천명의 '찐팬' 앞에서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한 신곡 무대가 꾸며졌다. 이에 앞서 블랙핑크 역시 지난 2월 새 미니앨범 '데드라인'(DEADLINE) 발매 기념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스포티파이와 협업한 청음회 및 특별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인 국립중앙박물관이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분홍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연출했으며, 박물관 내 유물과 연계된 QR 코드를 통해 스포티파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멤버들의 음성 해설을 제공하는 등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K팝, 글로벌 차트 공략의 중요성 증대
스포티파이의 K팝 시장 영향력 증가는 K팝 그룹들이 해외, 특히 미국 빌보드 등 서구권 주류 음악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음악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원 서비스 중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부문에서 5.2%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수년 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가 K팝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음을 의미한다.
한준혁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부문 총괄은 "오늘날의 K팝은 글로벌 대중문화를 이끌며 전 세계 팬들과 연결되는 장르다. 아티스트도 컴백과 동시에 글로벌 팬들에게 즉각 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포티파이는 180개 이상의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어 음악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전 세계 팬들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빌보드 차트의 집계 방식 변화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반영되는 주간 유효 다운로드 횟수가 1건으로 축소되었고, 올해부터는 K팝 가수에 유리하다고 평가되던 유튜브 데이터마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스포티파이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졌다. K팝 팬들과 기획사들은 이제 국내 음원 차트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글포티) 및 '데일리 톱 송 미국'(미포티) 차트를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미국 빌보드 차트 집계 시 스포티파이의 비중이 상당하며, 특히 유튜브 데이터 제외로 인해 스포티파이가 K팝이 득점할 수 있는 주요 루트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체급 있는 K팝 가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빌보드 차트 진입이다. 앨범 발매나 뮤직비디오 공개 시점 등이 모두 이를 고려해 결정된다"며 "실물 음반 위주의 시장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스트리밍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핫 100' 차트에 반영되는 에어 플레이(라디오 방송 점수)는 한국에서 뚫기 어렵다는 점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속한 하이브는 지난달 스포티파이에 K팝 콘텐츠를 선보이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개설했으며,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등 다수의 유명 아티스트 역시 스포티파이와 협력하여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 국내 플랫폼의 위기감 고조
해외 음원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매년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국내 플랫폼의 위기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정한 음악산업 유통환경 조성 방안 연구' 보고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를 심도 있게 표명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MP3 재생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개발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가 스포티파이보다 훨씬 빨랐던 시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를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나 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에, 현재 한국 음악은 세계적으로 성공했지만 정작 플랫폼은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은 해외에서 사용되지 않거나 존재감이 미미하다"며 "국내 플랫폼이 국내 시장 내에서만 겨우 유지되는 상황이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석은 K팝의 글로벌 성공이 국내 음악 산업 생태계의 동반 성장이 아닌, 해외 플랫폼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