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자유계약선수 시장 최대어인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정호영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으나 보상 선수 명단 작성을 앞두고 주력 선수 유출 위기에 직면했다. 영입 선수를 포함한 단 6명의 보호선수만을 지정할 수 있는 규정 탓에 핵심 자원이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관장이 현금 보상보다 선수 지명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흥국생명의 전력 재편 기조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의 지형을 바꿀 대형 이동이 현실화되었다. 흥국생명은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던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정호영을 영입하며 고질적인 중앙 높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영입의 기쁨도 잠시, 흥국생명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는 오는 2026년 4월 22일 협상 기간 종료와 동시에 제출해야 하는 보호선수 명단 작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영입은 단순한 선수 보강을 넘어 팀 전체 로스터의 뼈대를 다시 세워야 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남겼다.
▲ A등급 FA 영입에 따른 보상 규정과 보호선수 산정 방식
현행 한국배구연맹(KOVO)의 자유계약선수 관리 규정에 따르면, 여자부 A등급 선수인 정호영을 영입한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전 시즌 연봉의 200%에 해당하는 보상금 6억 원과 보호선수 6명 이외의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혹은 전 시즌 연봉의 300%인 9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으나, 전력 강화가 최우선인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원소속 구단인 정관장이 선수 보상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2026년 4월 8일 개막한 이번 FA 시장의 협상 기간이 종료되면, 흥국생명은 다음 날 정오까지 6인의 보호 명단을 정관장에 제시해야 하며, 정관장은 3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보호선수 숫자다. 보호선수 6명 안에는 새로 영입한 FA 선수 정호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흥국생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원 중 보호할 수 있는 인원은 단 5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팀의 주전 라인업을 온전히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특히 정호영의 전 시즌 연봉인 3억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실력 있는 유망주나 즉시 전력감 세터를 내줘야 하는 상황은 흥국생명 입장에서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규정의 엄격함이 대어 영입에 따른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 흥국생명 핵심 가용 자원 분석과 명단 제외 가능성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흥국생명의 선수 구성을 살펴보면 보호해야 할 자원이 6명을 훌쩍 상회하기 때문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진영의 정윤주, 최은지, 김다은을 비롯해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 그리고 중앙의 기둥인 이다현과 베테랑 김수지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세터 이나연과 이고은, 리베로 신연경까지 고려하면 9명 이상의 선수가 보호 대상 후보에 오른다. 구단 내부 분석에 따르면 이다현과 최은지, 정윤주 등은 전술적 핵심으로 분류되어 보호가 확실시되지만, 나머지 두 자리를 두고 세터와 리베로 포지션에서 치열한 선별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세터진의 유출 우려가 크다. 현대 배구에서 세터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백업 세터 서채현이나 베테랑급 세터들이 보호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 정관장은 즉각적으로 이들을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FA 자격을 얻어 잔류를 선택한 리베로 도수빈이나 공격 자원 박민지 역시 계약 체결 후 보호 명단에 묶이지 않는다면 보상 선수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 2024-2025시즌 남자부 임성진 영입 과정에서 발생했던 보상 선수 사례처럼,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충격적인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선수 운용 폭이 좁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정호영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손에 넣었지만, 그 대가로 주전급 리베로나 세터를 잃게 된다면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요시하라 감독은 일본 출신 지도자답게 정교한 시스템 배구를 강조하고 있어, 특정 포지션의 공백은 전술 운용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구단은 정관장의 취약 포지션을 역으로 분석하여, 정관장이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 위주로 보호 명단을 구성하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관장의 선수 보상 선택 전략과 향후 전력 이동 파장
정관장 입장에서는 이번 보상 선수 지명이 팀 체질 개선의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정호영이라는 대형 미들 블로커를 잃었지만, 흥국생명이라는 두터운 선수층을 가진 팀으로부터 주전급 선수를 영입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흥국생명이 보내올 보호선수 명단을 면밀히 분석하여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메울 최적의 카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흥국생명이 수비 보강을 위해 리베로를 묶는다면 세터나 날개 공격수 쪽에서 공백이 생길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수비 라인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번 이동은 개별 선수의 이적을 넘어 리그 전체의 전력 균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은 정호영 영입을 통해 우승권 전력을 구축하려 하지만, 보상 선수 유출로 인한 선수층 약화가 시즌 중 체력 관리나 부상 변수 발생 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요시하라 감독은 최선의 조합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으나, 사실상 누구를 제외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가오는 4월 22일 협상 마감 이후 공개될 보상 선수 결과에 따라 2026-2027 시즌 여자 배구의 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대형 영입에 따른 달콤한 결과 뒤에 숨겨진 전력 유출의 쓴맛을 흥국생명이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이번 이적 시장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배구계 전문가들은 보상 선수의 이름값에 따라 양 팀의 이번 FA 거래 성적표가 갈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