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인의 시선이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칸으로 쏠린 가운데, 거장 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인 최초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라는 왕관을 쓴 그는 레드카펫 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며 현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년 전 ‘변방의 이방인’으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 영화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중심에 선 그의 행보에 전 세계가 경의를 표하는 중이다.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칸의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전 세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할리우드의 전설 데미 무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등 쟁쟁한 심사위원들과 나란히 선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2004년 ‘올드보이’로 처음 칸의 문을 두드렸던 그가 22년이 흐른 지금, 최고 권위의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돌아온 사실에 외신들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년 만에 뒤바뀐 위상, "한국 영화는 이제 세계의 중심"
박찬욱 감독은 개막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직접 언급하며 벅찬 소회를 전했다. 그는 과거 한국이 영화의 변방 국가로 취급받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한국 영화를 소외된 장르나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영화의 변방이 아니다"라는 그의 일갈은 현장에 모인 수많은 영화인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박 감독은 "한국 영화라고 해서 점수를 더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호하면서도 위트 있는 선언으로 거장다운 여유를 보여주었다. 이는 자국 영화에 대한 편향 없는 공정한 심사를 약속함과 동시에, 한국 영화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장 제안을 받고 아내와 5분간 고민했다는 인간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는 딱딱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이며 팬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예술적 성취가 우선, 거장이 제시한 심사의 품격
예술과 정치, 그리고 기술의 경계에 선 박찬욱 감독의 철학은 여전히 날카롭고 선명했다. 그는 AI의 등장과 전쟁, 정치적 이슈가 영화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심사위원장으로서 견지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도 예술적인 표현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화가 아닌 '선전(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박 감독은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보겠다"고 강조하며, 영화적 본질과 예술적 성취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소신은 복잡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도 영화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데미 무어를 비롯한 동료 심사위원들과의 완벽한 케미스트리 역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박찬욱이라는 구심점 아래 어떤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을 탄생시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제 시선은 나홍진 감독의 SF 스릴러 ‘호프’를 비롯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군체’, 감독주간의 정주리 감독 작 ‘도라’ 등 칸을 수놓을 한국 영화들의 활약으로 향한다. 박찬욱이라는 든든한 등대 아래, 올해 칸에서 한국 영화가 또 어떤 기적 같은 역사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 팬들의 심박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거장의 손끝에서 결정될 황금종려상의 향방, 그리고 한국 영화의 새로운 전성기가 바로 지금 이곳 칸에서 펼쳐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