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PD대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EBS 박혜민 PD의 '화장실 전쟁'이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를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며 우리 사회의 숨겨진 노동 인권과 차별의 민낯을 드러냈다.
EBS 다큐프라임 '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은 화장실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소외와 차별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국내외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올해 한국PD대상 TV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 부문 대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그 작품성과 메시지의 깊이를 입증했다. 박혜민 PD는 화장실이라는 보편적 공간이 기관사, 건설 현장 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의 노동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주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파고들었다.
박혜민 PD의 제작 동기는 작년 여름 에어컨 설치 기사가 겪었던 고충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화장실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인 불편함이 아닌 '생존'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확장하여 바라봤다. 박 PD는 '화장실은 개인적인 공간이면서도 차별과 사회적 권력이 크게 작동하는 공간'이라며,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 속 유명한 대사를 패러디해 '싸느냐, 참느냐'의 질문이 곧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와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다.
이러한 화장실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 PD는 '실제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11월 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돼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죠'라고 지적하며, 화장실 권리가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본적인 화장실 이용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며 고통받는 현실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혜민 PD는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화장실 권리 또한 '과거 흑인, 여성 등 수많은 약자들이 기나긴 싸움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는 결국 현실에서 '싸우느냐 참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화장실 권리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역설했다. 박 PD는 다큐멘터리에 아직 담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을 모아 2부작으로 풀어낼 포부를 밝히며, 시청자들이 '더 이상 참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그의 묵직한 메시지는 우리 사회의 미완성된 인권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를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