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상실의 아픔을 지워줄 수 있을까? 오는 10일 개봉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들을 휴머노이드로 재현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AI 시대 상실을 마주하는 우리에게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는다.
칸이 사랑한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상자 속의 양'으로 돌아온다. '환상의 빛'(1995), '걸어도 걸어도'(2008)에서 상실과 가족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했던 그는 2026년, 인공지능(AI)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접목해 더욱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는 2년 전 어린 아들 키케루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분)와 켄스케(다이고 분) 부부의 비극을 그린다. 아들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오토네는 죽은 사람을 재현하는 AI 기반 휴머노이드 서비스 '리버스'를 알게 된다. 상실의 고통 속에 '리버스'는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처럼 다가온다.
죽은 아들 키케루와 놀랍도록 똑같은 휴머노이드(구와키 리무 분)가 부부 앞에 나타난다. 아이를 다시 만난 부부는 위안과 안도감에 젖지만, '로봇'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주변 인물들의 복잡한 시선은 새로운 시작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예고하며, 관객들에게도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은 AI 기술이 '손쉬운 위로'를 줄 수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 '어린 왕자'의 '상자 속의 양' 비유처럼, 눈에 보이는 완벽함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 부재를 받아들이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움이라는 철학적 반전은 잊지 못할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상자 속의 양'은 상실 외에도 이질적 존재와의 공존, 기술과 감정의 경계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비록 일부 산발적인 흐름과 감정선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2026년 AI를 만난 거장 감독의 일관된 시선은 그 자체로 의미 깊다. 러닝타임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이 영화는 눈부신 AI 기술 발전 속에서 우리가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야 할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깊은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자 속의 양'은 기술 시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필람 영화로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