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16분의 혈투 끝에 클레이코트에 몸을 내던진 알렉산더 츠베레프(3위·독일)의 얼굴은 뜨거운 눈물로 뒤범벅이었다. 2022년 부상으로 휠체어에 실려 나갔던 비극, 세 번의 메이저대회 준우승이라는 좌절을 딛고, 2026년 롤랑가로스에서 마침내 '3전4기'의 신화를 써내려가며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2026년 6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 츠베레프는 플라비오 코볼리(14위·이탈리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2(6-1 4-6 6-4 6-7<5-7> 6-1)의 대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코트 위 쓰러져 숨을 고르던 그에게는 환호와 함께 오랜 인내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이번 우승은 개인 통산 25번째 ATP 투어 우승 기록을 장식했으며, 280만유로(약 50억원)의 우승 상금을 그의 품에 안겼다. 2026 프랑스오픈의 총상금은 6천172만3천유로에 달했다.
츠베레프에게 롤랑가로스는 언제나 특별하면서도 아픈 기억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는 이미 2020년 US오픈, 2024년 프랑스오픈, 2025년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이라는 쓰라린 기록을 남겼다. 특히 롤랑가로스와는 악연이 깊었다. 2022년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는 경기 도중 발목 부상으로 휠체어에 실려 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으며, 2024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며 챔피언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이 코트는 여러 면에서 내게 정말 특별하다. 이곳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도, 최악의 순간도 겪었다」고 고백하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026년 롤랑가로스는 츠베레프에게 절호의 기회를 선사했다.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이 이미 은퇴한 가운데, 2024년과 2025년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는 손목 부상으로 기권했다. 여기에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와 4위 노바크 조코비치마저 대회 초반 일찌감치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츠베레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드디어 결승 무대에 다시 섰다.
결승전 역시 쉽지 않았다. 츠베레프는 첫 세트를 6-1로 압도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이내 코볼리의 거센 반격에 두 번째 세트를 내줬다. 세 번째 세트를 다시 가져오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네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승부는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졌다. 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코트는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을 안기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츠베레프는 마지막 세트에서 다시 한번 집중력을 끌어올려 6-1로 코볼리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마침내 메이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길고 길었던 혈투가 끝나고 우승을 확정한 순간, 츠베레프는 클레이코트에 몸을 내던지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에게 이 승리는 단순히 트로피 하나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언제나 그랜드슬램 챔피언」이라며 포효했다. 그는 경기에 앞서 「만약 이번에도 졌다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고백했던 만큼, 이번 우승은 그에게 새로운 테니스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좌절과 부상을 딛고 마침내 정상에 선 츠베레프의 스토리는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랜드슬램 챔피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은 츠베레프가 앞으로 어떤 역사를 써나갈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이 그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