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란 12.3'의 이명세 감독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긴장감을 영화적으로 담아냈다고 밝혔다. 내레이션과 인터뷰 없이 극영화 문법을 활용한 이 작품은 시민 1만 5천 명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당시 시민들이 겪었던 답답함과 긴박했던 순간들을 관객과 공유하며, 시민들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란 12.3'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비상계엄 상황을 극적인 긴장감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감독은 당시 TV를 통해 느꼈던 답답함과 절박함을 영화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극영화에 가까운 연출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이 전자투표 시스템 오류로 결의안 상정이 지연되는 상황과, 계엄군이 국회 본청 전력 차단을 위해 지하로 향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연출은 당시 시민들이 겪었던 가슴 졸이는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다.
▲ 비상계엄 사태 긴장감, 영화적 문법으로 재현
영화 '란 12.3'은 작품 제목에서부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연상시키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시민들이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는 숨 가쁜 과정을 담는다. 당시의 긴박감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 보좌관이 계단을 뛰어오르는 장면 등을 추가 촬영했으며, 일인칭 시점의 화면을 적극 활용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지만, 영화의 근간은 당시를 담은 280여 명 시민들의 실제 영상과 기록이다. 이 감독은 이 자료들을 'C(Cinematic·영화적)', 'E(Emotion·감정)', 'D(Dramatic·극적)', 'H(Humor·유머)'라는 네 가지 원칙에 따라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좌관이 계단을 오르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영화는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시 계엄을 모의한 인물들을 풍자하는 장면도 포함하고 있으며, 감독은 이를 "우화처럼 나름의 느낌을 압축시킨 그림자 같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란 12.3' 탄생 배경과 형식적 특징
이명세 감독이 '란 12.3'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CCTV에 포착된 하나의 이미지, 즉 '뉴스공장' 스튜디오 건물 앞에 서 있던 계엄군 사진이었다. 감독은 당시 군인의 "무심한 눈길"에서 두려움과 함께 자신의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은 유신 시대와 제5공화국을 거치며 늘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해왔던 감독의 인식이 제작의 출발점이 되었다. '뉴스공장'을 운영하는 김어준 씨가 기획에 참여했으며, 1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완성되었다. '란 12.3'은 내레이션과 인터뷰가 배제된 '시네마틱'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탄생했다. 이 감독은 "새롭지 않다면 내가 왜 하지"라는 신념으로 늘 새로운 도전을 해왔으며, 이번 다큐멘터리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형식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와 독립 예술의 중요성
40년 가까이 한국 영화계에서 '개그맨'(1988),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형사 Duelist'(2005)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도전해 온 이명세 감독은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저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 등의 자본 유입으로 배우 출연료가 급등했으며, 주 52시간 노동 제도 등으로 제작의 유연성이 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감독은 천만 영화의 중요성도 인정하지만, 그보다 "관객 300만 영화 10편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독립 예술 영화들이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확보해야 한국 영화 산업이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란 12.3' 역시 새로운 형식의 영화로서 이러한 인식 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영화의 주인공을 누구로 적을지 고민했을 때 스태프들이 "시민들"이라고 답했다고 전하며, "저희는 시민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상도 받고 주연상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