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7 (일)

고레에다 '상자 속의 양', AI 시대 '인간다움' 경계에 서다

김미나 기자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이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로 되살아난다면, 과연 그 상실감은 채워질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이 오는 6월 10일 개봉하며 급변하는 AI 시대 속 인간다움의 경계에 대한 가장 첨예한 질문을 던진다.

2026년 현재, 인공지능(AI) 기술은 죽음을 넘어선 상실의 위로까지 제시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전 세계 팬들이 사랑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과감히 도전한다. 러닝타임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로 팬들을 찾아올 '상자 속의 양'은 아야세 하루카, 다이고, 구와키 리무 등 섬세한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해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는 2년 전 어린 아들 키케루(구와키 리무)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와 켄스케(다이고) 부부의 가슴 시린 상실감에서 출발한다. 오토네가 죽은 아들의 옷을 사고 고양이에 집착하는 모습은 이들의 아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깊은 슬픔에 잠긴 이들 부부에게 죽은 사람을 재현하는 AI 휴머노이드 서비스 '리버스'는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반신반의하며 아들 키케루와 똑 닮은 휴머노이드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부부. 그들은 휴머노이드 아들을 통해 오랜만에 안도감과 위안을 느끼지만, 동시에 밀려오는 묘한 위화감과 혼란을 감출 수 없다. 오토네의 동생과 엄마 등 주변 인물들의 반응은 이러한 상황의 복잡성을 더욱 부각하며, 인공지능이 채울 수 없는 인간 감정의 영역을 탐색한다.

고레에다 '상자 속의 양', AI 시대 '인간다움' 경계에 서다
[사진=연합뉴스]

'상자 속의 양'은 과연 AI 기술이 상실에 대한 만능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죽은 아들을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는 한계를 통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을 파고든다.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상상 속의 양이 담긴 상자 그림에 만족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힘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 메시지임을 강조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환상의 빛'(1995), '걸어도 걸어도'(2008) 등 전작들을 통해 '상실 이후의 삶'과 '가족'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천착해왔다. 이번 '상자 속의 양'에서는 이러한 고유한 시선에 AI라는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며 또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다만, 영화 속 주제들이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유려하게 엮이기보다는 다소 산발적으로 느껴지며 감정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일부 비평도 존재한다.

'상자 속의 양'은 단순히 상실의 아픔을 다루는 영화를 넘어, 2026년 AI 시대가 인간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되짚게 한다. 기술 발전이 상실의 고통에 위로를 줄 수 있는 가능성과 동시에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면서,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상실을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죽은 이를 되살리는 AI가 과연 '괜찮은'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인간의 본질적 능력을 돌아보게 하는 화두를 던지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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