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느냐, 참느냐」의 고민이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생존'과 '인권'의 문제임을 날카롭게 짚어낸 EBS 박혜민 PD의 '화장실 전쟁'이 올해 한국PD대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국내외 평단을 사로잡았다.
2026년 6월 7일 현재, 박혜민 PD가 연출한 EBS '다큐프라임-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은 한국PD대상 TV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 부문 대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놀라운 쾌거를 이뤘다. 49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는 '화장실'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노동 인권 문제와 차별 실태를 가감 없이 파헤쳐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박 PD는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도 삶과 죽음을 고뇌할 만큼 가볍지 않은, 생존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화장실 전쟁'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기관사, 건설 현장 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 등 일터에서 기본적인 생리 현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된 직업군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환경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발했다. 이들은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시간적, 물리적 제약뿐 아니라, 생리 현상으로 인한 작업 지연에 대한 심리적 압박까지 겪으며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위협받고 있었다.
박혜민 PD는 화장실 문제가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11월 19일 세계 화장실의 날'이 지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며 화장실 권리가 전 지구적인 보편적 인권 문제임을 역설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통찰은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출발점은 지난해 여름, 박 PD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당시 박 PD의 집을 방문한 에어컨 설치 기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화장실 사용을 요청하던 순간은 그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그날의 기억을 계기로 그는 '화장실'에 얽힌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자칫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연출적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박혜민 PD는 이번 다큐에서 미처 담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2부작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불법 촬영 문제, 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여, 화장실이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안전하고 평등하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의 공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박혜민 PD는 「화장실 권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가 결국 '싸우느냐 참느냐'로 귀결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그의 통찰력 있는 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보편적인 화장실 권리 확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력한 촉구로 이어진다. '화장실 전쟁'이 불러일으킬 지속적인 사회적 반향과 변화의 물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